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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는 틀, 인지과학

by trendbite 2023. 7. 28.

인지과학의 출현 배경

 

그러면 왜 인지과학은 ‘넓은 의미의 마음의 과학이라고 명명백백하게 처음부터 규정하고 출발하지 못하였는가? 하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은 인지과학이 배태된 형성 배경과 역사를 알면 이해될 수 있는 사항이다.

인지과학은 20세기 초의 논리실증주의 철학, 기호논리학, 당시의 이론적 수학 등의 전통에서 출발하였다. 이 전통은 수학이나 기호논리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처럼 모든 것을 형식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 다루는 형식적 접근 (formal approach)의 전통이다.

주관적 의미를 개입시키기보다는, 기호를 사용하고 형식적(정형적)으로 기술하여 그러한 주관적 해석의 가능성을 넘어서려는 접근이다. 초기 인지과학에서 강조한 ‘기계로서의 마음’ 개념은 수학에서 1930년대 이래에 ‘계산가능성(computability)‘논의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수학에서는 ‘기계‘라는 것이 쇠로 만든 무엇이 아니라, 입력과 출력, 그리고 그사이의 과정을 명료하게 형식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마음을 기계로 보는 관점은 인지과학의 독특한 개념이라기보다는 이론 수학의 한 이론으로 발전된 것이다. 바로 20세기 전반의 유명한 수학자 Allen Turing이 이러한 관점의 이론을 발전시켰고, 그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는 정보처리하는 시스템이라는 같은 원리로 보는 관점이 인지주의로 대두된 것이다.
6. 행동주의 심리학과 다른 점

1950년대에 마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지닌 과학으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인지과학은 기존의 심리학과는 차별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과거 1910년대부터 심리학의 주류는 행동주의 심리학이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마음’이라는 것은 관찰하거나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없고 오로지 ‘행동’만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천명하며 ‘마음’이나 ‘인지’ 개념을 과학적 심리학에서 축출하였었다.

인지주의는 이러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 반발하며, ‘마음’이나 ‘인지’는 주요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재도입하여야 하며, 마음의 개념을 인지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하며, 전통적 과학적 심리학의 실험실 연구법뿐만 아니라 컴퓨터시뮬레이션을 연구 방법으로 사용하고, 마음의 구조나 과정을 형식적 언어를 사용하여 기술 할 수 있다는 그러한 접근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의 행동주의 중심의 ‘심리학’을 넘어서 형식적 접근을 강조하는 ‘마음’의 과학으로 ‘인지과학’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틀의 형성에는 심리학 혼자의 힘이나 노력보다는 수학, 철학, 사이버네틱스, 인공지능 관련 컴퓨터과학, 언어학 등의 분야들 학자들의 생각이 수렴되고 융합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러하기에 인지과학은 태생 자체가 다 학문적, 학제적, 학문 간 수렴적, 학문 간 융합적 과학이 된 것이다.

 

마음의 과학

인지과학은 구현하는 정보처리 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 IPS)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인지과학은 인간과 동물의 마음에서 그리고 컴퓨터에서 각종 정보처리가 어떻게 일어나며, 그러한 정보처리를 통해서 지(知: 지능; intelligence; 인간의 자연 지능이건, 컴퓨터의 인공 지능이건, 동물의 지능이건)가 어떻게 가능하게 되고 구현되는 가를 탐구하며, 그러한 탐구를 통해 인간 및 동물의 마음과 각종 지(知)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종합과학이다.

그런데 자연 지능의 한 유형인 인간 지능(intelligence)은 ‘마음’의 작용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과학을 좀 더 넓게 정의한다면 ‘마음의 과학(the science of mind)’이 된다.

상식적인 좁은 의미의 ‘마음’ 개념이 아니라 아메바의 마음, 동물의 마음, 인간의 마음, 컴퓨터의 인공마음에까지 이르며 ‘행동’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의 ‘마음들’이다(그렇기에 복수 개념으로서의 ‘마음’ 개념이다.

그리고 컴퓨터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의 한 종류이기에, 다른 종류의 인공물까지 고려한다면, 인지과학은 1) 마음(Mind), 2) 뇌(Brain), 3) 이 둘에 대한 모형이며 또한 인간이 마음이 만들어낸 각종 인공물의 정수인 컴퓨터(Computer), 그리고 4) 인간 마음과 몸 확장의 부분들이요 대상인 기타 인공물 각각에서,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5) 일어나는 정보적, 인지적 활동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인지과학이 다루는 영역으로는 자연히 심리학, 철학, 언어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 인류학 등의 인문, 사회, 자연과학, 공학의 여러 학문이 수렴되어 관여되게 되며,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과학은 종래의 학문 분류를 뛰어넘는 다 학문적, 학제적 융합적 학문이 된다.

 

마음을 보는 틀

일반적으로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이나, 생물학의 진화론과 같이 하나의 과학은 그 연구 대상을 보는 개념적 틀, 또는 과학적 패러다임을 지니고 있다. 인지과학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정보처리적 인지주의라는 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인지과학이 전제하는, 중요한 핵심적인 한 생각은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가 정보처리라는 공통적인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 시스템(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이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를 같은 류의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하나의 정보처리체계로 상정하고, 외부 환경에서 들어오는 입력 자극을 이 정보처리체계인 마음이 어떻게 처리하여 출력으로 내어놓는 가를 탐구한다. 이러한 틀에서는 인간 마음의 특성을 입력의 특성 > 출력의 특성의 함수관계로부터 추론하려는 것이다.

마음을 보는 틀을 이와 같이 상정하고 나서, 정보처리체계로서의 마음의 작용을 감각, 지각, 학습, 기억, 언어, 사고, 정서 등의 여러 과정으로 나눈 다음, 각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처리가 일어나는가, 각 과정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가를 묻고, 다음으로 각 과정에서 어떠한 정보(지식)구조, 즉 표상 구조가 관련되는 가를 규명하려 한다. 따라서 마음의 현상, 심리적 사건은 정보의 내용 및 정보를 처리하는 사건으로 개념화 되는 것이다

인지과학은 이러한 개념적 틀을 가지고 마음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는 것이며, 기존의 전통적 행동주의적 심리학과 차별화하며, 심적 현상의 개념화, 기술, 경험적 검증에 형식적 접근을 바탕으로 탐구를 전개한다는 의미에서 “인지(Cognitive)”라고 불리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의 인지과학에서의 ‘인지’란 ‘마음에 대한 형식적 접근’이라는 의미가 강하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지과학은 ‘마음의 경험적, 형식적 탐구 과학(empirical and formal science of mind)’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음을 컴퓨터 은유에 기반을 둔 정보처리체로서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심리학과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적 기술과 탐구를 강조하다 보니, 고전적 인지주의의 인지과학에서는 형식화 하기 힘든 정서나 동기 측면보다는 비교적 형식화하기가 쉽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인지 측면을 강조해 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