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SF가 제시한 NBIC수렴(융합) 과학기술들
주목할 점은 미국 과학재단의 미래 과학기술 NBIC 틀이 나노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낸 틀 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미래 CT(수렴적 테크놀로지; 융합과학기술)추진의 궁극적 목표가 ‘획기적인 물질, 기계의 발명’이나 ‘인간의 장수’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처한 각종의 상황에서, 각자의 일상생활에서, 학교, 일터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각종 삶과 일의 활동 퍼포먼스(수행; Performance)를 증진, 향상하는 기술의 개발에 미래 테크놀로지의 궁극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Improving Human Performance”).
노벨 수상자 스페리 교수의 주장과 미국 과학재단의 NBIC 미래 과학기술 틀을 종합하여, 미시 세계, 거시 세계의 차원 중심으로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그림을 다시 그리면 다음과 같다.
과학기술의 핵심 연구 대상은 인간 자신
20세기 전반기까지의 과학의 연구가 인간 밖의 대상인 물질과 생명체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의 핵심 연구 대상이 바로 인간 자신이 되며, 마음이라는 높은 추상 수준의 현상이 과학적 연구의 중심 주제가 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라는 생명체의 과정이 이루어내는 자연 지능의 본질, 그리고 인공물인 컴퓨터의 물리적 과정이 이루어내는 인공지능의 본질과 실제적 구현, 그리고 이 두 지능 사이의 관계성이 21세기 과학의 중심 주제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21세기의 미래 테크놀로지의 4대 핵심 축의 하나인 Cogno과학기술의 바탕인 인지과학이란 과연 무엇의 과학이고, 어떤 기존의 학문이 관여되며, 어떤 방법에 의하여 연구하며, 어떤 주제를 다루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과학기술 일반에 주는 의의는 무엇인가?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
인지과학은 고정된, 정체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 지적 깨달음이 확장됨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는 학문이며, 여러 학문들이 계속하여 수렴되고 변화하고 있는 과학이기에, 학문에 대해 통일되거나 고정된 정의가 없다.
대학 학부 과정에 인지과학과가 있는 대학과 그렇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내용의 전공 과정을 지닌 미국의 여러 대학의 사이트에서 내린 ‘인지과학 정의’를 살펴보더라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이 의견의 일치를 보는 공통의, 통일되고, 고정된 정의라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 인지과학에서는 잘못된 시도임을 알 수 있다.
인지과학의 정의는 대학 간에, 학자 간에, 시대 간에 통일되어 있지 않고 역동적으로 계속 변화하는 개념이다. 학자들의 주관적 입장에 따라, 그리고 인지과학의 발전 과정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기관의 인지과학 정의의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인지과학은 ‘마음(Minds)에 대한 과학’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마음을 어떤 것으로 보는 가에서 인지과학은 기존의 심리학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에서 먼저 일반인들의 보통 생각하는 방향과는 달리 명료하게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마음’ 개념과 ‘인지’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지과학의 논의에서 ‘마음’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인간 ‘이성’이나 ‘감성’ 중의 이성만을 지칭하는 것만이 아니다. 또 반대로 사람들은 흔히 “머리 (이성)로 말하지 말고 가슴(마음, 감성)으로 말하라”라는 식의 표현을 잘 사용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용법이다.
‘마음’이라는 개념은 인간 ‘감성’을 지칭할 때만 쓰는 개념도 아니다.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에서 사용하는 ‘마음’이라는 개념은 인간 이성과 감성을 통합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다. 심지어는 몸의 움직임을 파악, 관리, 제어하는 측면까지도 포함된다.
다시 이야기하여 인지과학에서의 ‘마음’ 개념이란 이들을 모두 포괄하며, 인간에게만 있는 마음(“the mind’라는 단수의 마음)을 넘어서 생명을 지닌 동물의 마음(지적 능력 등), 인공지능 로봇 체계와 같은 인공물에서 구현된 또는 구현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마음, 그리고 사람들과 인공지능을 지닌 인공물(예: 로봇) 체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마음 등(그렇기에 ‘minds’라는 복수를 사용하여 표현함)을 모두 지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기존 심리학과 다른 접근
과거에 마음의 개념을 심리학에서 배제하고 행동만 관찰하여 온 심리학적 사조인 행동주의 심리학의 입장과 차별화하고 마음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인 형식적 접근을 통하여 이론화 하며 접근하려는 인지과학은 자연히 ‘마음’에 대하여 기존 심리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이러한 새 접근의 기본 입장이 ‘마음’을 정보처리체계로 보는 정보처리적 틀의 인지주의이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지과학은 마음과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추상적 원리를
[인지 개념의 재정의]. 또한 인지과학에서의 ‘인지’라는 의미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인지’란 넓은 의미의 ‘마음(Mind)’의 의미이다.
이 경우의 ‘인지’는
+ 사고, 이성과 같은 좁은 의미의 ‘인지’,
+ 정서, 동기 등의 감성적 측면,
+ 뇌의 과정들, + 동물 지능(마음),
+ 기계적 지능
+ 사회적 마음(지능): 인간과 인간이 이루어내는 [자연적] 사회적 마음, 그리고 로봇과 로봇, 또는 인간과 인공지능시스템(로봇 등)의 지능이 이루어 내는 [자연적 + 인공적] 혼합적 의미의 사회적 마음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다.
즉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서 언급하는 ‘인지적(Cognitive)’이란 개념의 의미는 고전적 철학이나 일반인의 용법에서 사용되던 개념인 지정의(知, 情, 意)의 지(知)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의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마음, 무의식적, 하(下) 의식적 지식(예, 운동 기술) 등도 포함하며, 정서, 동기, 그리고 뇌의 작용에 의한 신경적 기반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마음’을 지칭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고전적으로 일반인의 용법에서 사용되던 개념인 ‘인식’이라는 개념과는 인지과학에서의 ‘인지’ 개념은 당연히 차별화된다. ‘인식’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수동적인 과정, 대상의 정체 파악, 좁은 의미의 지식 형성이라는 의미로 일반인들이 사용하여 왔다.
그러나 ‘인지’라는 개념은 수동적 인식을 넘어서는 능동적 심적 활동을 포함하며 감성적 측면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마음(minds)이라는 개념을 지칭한다. 21세기 초의 요즈음에는 ‘인지’란 한 개인 내의 두뇌의 신경적 활동을 넘어서 뇌-몸-환경(인공물 포함)이 하나의 단위로 작동하는 포괄적 의미의 활동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