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지과학, 패러다임 변혁

by trendbite 2023. 7. 28.

왜 인지과학인가? : 과학적 패러다임의 변혁

 

21세기인 현시점에서 아직도 학문 분야를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분류해 온 종래의 분류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40여 년이나 시대에 뒤진 학문관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물리학, 생물학, 화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의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로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30여 년이나 뒤진 과학관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최신 과학기술을 아는 사람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왜 그럴까?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과학적 패러다임 변혁의 의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변혁이 일어났으며 어떠한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 형성되었고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가?

20세기 후반에 과학계에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일어났다. 종래의 인간관, 물질관, 기계관, 학문관, 과학기술관을 대폭 수정하게 하는 새로운 관점인 인지 패러다임이 형성된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정보'라는 개념 자체를 인류에게 제시하고, '정보사회’라는 개념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의 마음, 뇌, 컴퓨터를 연결하는 개념적 틀 중심으로 세상을 보게 한 과학적 혁명이 바로 '인지 혁명'이다.

현재의 정보처리 기능의 컴퓨터, 인공지능 연구, 정보/지식 중심의 디지털 사회, 인간 지능과 컴퓨터의 연결, IT 등은 인지과학의 바탕이 없었더라면 기초 이론적 개념과 틀이 형성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50 여 년 전에 인지과학이 출발하지 않았다면, 30여 년 전에 시작된 정보과학, IT 소프트웨어 기술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의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핸드폰, 컴퓨터, Hwp나 Doc의 워드프로세서, 인터넷 검색, 내비게이션 등을 구현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및 디자인의 밑바탕 개념과 이론 틀이 인지과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은 인지과학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인지과학이 1950년대에 생겼고, 인지과학에서 제시한 개념과 이론, 실용적 응용의 가능성 등을 기초로 하여 그 후에 정보과학과 정보과학기술(IT)이 체제를 갖추어서 출발하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단순한 숫자 처리 계산기에 지나지 않았던 계산기를 정보처리와 지능을 지닌 컴퓨터로 대변혁을 할 수 있게 한 이론적, 개념적 틀을 제공한 것이 인지과학이다. 현재 많이 언급되고 미래 기술 사회의 핵심 테크노롤지라고 생각하는 IT의 이론적 틀과 개념, 예를 들어서 정보처리라든가, 지식 표상 즉 데이터베이스 등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 인지과학이었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IT 과학의 모태적 학문이다 (하드웨어 측면은 제외하지만).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적, 이론적 기초 배경을 잘 모른 채, 컴퓨터과학, IT 관련 또는 일반과학기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디지털 사회, 정보화 사회 등을 모두 논하고 있고, IT 정책 수립과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기초과학이론을 창출하거나 수입하지 않고 응용의 결과만 수입하고,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만 과학기술로 생각하는 국내 과학기술계의 풍토 때문이었다. 정보과학과 기술(IT)은 알지만, 그 기초가 되는 인지과학은 모른다면 물리학은 알지만, 수학은 모른다는 것과 같다.

 

인지과학으로 시작된 인지 혁명

 

195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이루어진 '인지 혁명'을 통해 과학계는 인간 자신과, 동물, 컴퓨터, 인간문화체계 등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틀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인지적 패러다임의 이론적 틀이 바로 정보처리적 접근의 인지주의(Cognitivism)이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며 그 기초이론과, 응용적 구현의 근거를 탐구하는 다 학문적 학제적 과학이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다. 인류 문화사에서 중세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의 등장과 비견될만한 발상의 전환을 20세기 중반에 인류에게 가져다 주며 디지털 시대를 연 것이 바로 이 인지주의이다.

인지주의의 핵심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나 인간이 만든 계산기인 컴퓨터가 바로 정보의 변환, 활용 등의 유사한 정보처리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정보처리체계(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라는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영어로 컴퓨테이션(computation)이라는 용어는 산술적 계산'이 아닌 '정보처리'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인간의 마음이나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계산을 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생각이다.

두뇌의 좌우 반구 분할 연구로 의학/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신경심리학자 Roger Sperry 박사는, 이러한 인지주의, 인지과학의 출현에 의한 과학 혁명인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건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지주의 과학혁명의 영향 결과로 일어난 기본적 변화란 수준 간 인과적 결정론에 대한 다른 패러다임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물리학의) 가정 대신에, 우리는 역방향 적 하향적 결정론을 전제하는 것이다. 전통적 상향적 입장과 인지주의의 하향적 입장이 조합된 '이중 방향', '이중 결정' 모형은 과학으로 하여금 인간 자신과 자연의 질서 전체를 지각하고, 설명하고,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양식을 진정한 Kuhn적 세계관 패러다임의 전이로 부여하였다.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의 의의

 

이전에 양자역학에 돌렸던 세계관적 의의의 대부분이 이 새로운 거시적-심리적 패러다임에서는 창발적 하향적 제어로 무가치하게 된다. 우리는 더는 현실의 궁극적 본질을 최소의 물리적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도 않으며, 가장 깊은 심층적 진수에서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탐색의 방향은 요소들의 패턴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차별적 시공간 화, 점진적 패턴의 상위패턴으로의 복합과, 그것의 발전 전개 적 본질과 복잡성에 초점 맞추어진다. 그 결과로, 과학이 상징하던 바, 과학이 급진적으로 수정되는 것이 지지해오던 바, 과학의 신조와 세계관들이다“

인지과학을 통한 과학 패러다임의 변혁이 미래 과학기술에 주는 의의의 심대함은 21세기 미래 과학기술 추구의 새 틀의 4대 핵심 축의 하나가 인지과학이라는 데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2년의 미국 과학재단(NSF)의 미래과학기술 진단에 의하면 앞으로 추구하여야 할 미래 테크놀로지의 틀이 “NBIC 융합과학기술(수렴테크놀로지: Converging Technology)”이며, 그 융합과학기술의 핵심 축이 Nano, Bio, Info, Cogno의 4개의 과학기술이다. Cogno Technology란 인지과학기술을 지칭한다.

미국 과학재단의 연구자들이 탐구하여 찾아낸, 앞으로 추구하여야 할 미래 융합과학기술(수렴적 테크놀로지) 틀에 의하면 20세기의 전통적 관점인 물질 및 기계 중심의 하드웨어적 과학기술 개념과 연구를 넘어서서, 인간의 뇌 및 심리적 특성, 그리고 문화적 특성이 함께 고려된 그러한 새로운 융합과학기술이 추구되어야만 미래 과학기술 사회가 발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NBIC 융합 테크놀로지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 개개인의 능력 발휘와 수행(performance)을 향상하는 데에 있으며 바로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연결고리가 바로 Cogno 과학기술, 즉 인지과학 기술이다.